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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1. [문화비평] 전시, 보여주는 것과 보여 지는 것 20020811. [문화비평] 전시, 보여주는 것과 보여 지는 것새전북신문 2002.08.11 미술전시라는 것이 문화적 소통을 위한 하나의 장치이고, 그 맥락에서 작동하기를 바라며, 그런 의미에서 일정한 예술적 방향과 합의된 목표를 스스로 가질 수밖에 없다면, 그런 식의 행위를 통해 무언가를 보여주고 발언한다는 일은 무척 까다롭고 위험한 작업이 될 것이며, 어떤 식으로든 자신(전시 기획자 또는 참여자)이 위치한 ‘지점과 상황’에 대한 충분한 숙지와 더불어 세밀한 기획과 적절한 연출이 수반되어야 함은 당연한 과제가 된다. 그러한 ‘태도와 자세’의 요구가 미술을 문화적으로 숨쉬게 할 것이며, 창작의 고된 성취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견 이런 교과서적인 섬세함에 대한 강요(!)가 버겁고 난감하게.. 2017. 7. 10.
20020707. [문화비평] 거리의 미술행위 20020707. [문화비평] 거리의 미술행위새전북신문2002.07.07 이 동네에서 벌어지는 미술(행위)에 관련한 얘기를 써보자는 약속을 해 놓고 한동안 어디서부터 그 줄기를 더듬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그 동안 이런 저런 전시들이 없어서도 아니고 화가들이 모두 어디로 휴가를 떠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문화예술축제들과, 축구열기에 들떠 온통 붉은 물결로 뒤덮인 애국(!)의 광장을 바라보며 지낸 6월의 폭풍 속에서, 과연 우리들 삶의 언저리에 미술이라는 게 어떻게 존재했을까, 그 존재는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는 질문 아닌 질문만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 게 사실이다. 기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미술이라는 것이 최첨단 인터랙티브 미디어 시대를 사는 현재적 삶의 구조 안에서 어떤 의.. 2017. 7. 10.
20020701. 진실한 세계는 어떻게 생겼을까? - 위험한, 그러나 자유로운 영혼들의 도발 20020701. 진실한 세계는 어떻게 생겼을까? - 위험한, 그러나 자유로운 영혼들의 도발[서평]문화저널. 조이한의 '위험한 그림의 미술사' '진실한 세계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 말은,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책의 내용과는 문맥이 전혀 다른 어느 시평에서 잠시 빌려온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가 부정적이라고 느끼는 세계에 대한 부정'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 지독한 정도는 아닐텐데 짧은 질문이라고 해서 마찬가지로 짧은 대답을 들이대기에는 왠지 버거워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식의, 결코 간단치만은 않은 질문이야말로 '위험한 그림의 미술사'를 유지시키는 원천이 되어 주기도 하며 '현재를 역사로 의식하는 예술가들의 태도' 속에서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자기 세계를 둘러싼 모든 당연한 것에 대한 의심.. 2017. 7. 10.
20020426. 낯선 그림, 지나치기 힘든 현실들 20020426. 낯선 그림, 지나치기 힘든 현실들새전북신문 / 전주국제영화제 애니메이션 리뷰유대수/화가 낯설다, 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므로 몇 작품들만큼은 기어이 보아야겠다고 내심 다짐을 하고 있던 터였다. 여기서 낯설음은, 단지 멀리 떨어진 거리감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무료하고 나태한 관성을 바짝 끌어당기는 정화의 통풍구가 되어 줄 여지를 더 많이 담고 있다. 더욱이 '전쟁과 영화'라니, 꿈결 같은 환상과 낭만으로만 주입되던 '만화영화'의 차원을 한참 벗어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실험영화와 아트애니메이션을 주제로 불과 한 달여 전에 치러낸 골방영상제에 대한 감흥도 작용을 하고 있겠지만, 라울 세르베나 페도르 키투르크를 앞세운 유럽의 실험적 작가주의 필름들과 한국 인디.. 2017. 7. 10.
20010531. 구멍[채우승 개인전 관람평] 20010531. 구멍 [채우승 개인전 관람평] 20010531-0605 채우승 개인전유대수/화가 갑자기 구멍이 생각났다. 후후 벽을 통째로 들어내다니. 그렇게 상황은 일시에 역전되고 말았다. 그날 그 때, 경원집 막걸리잔 위로 혁명이 떨어지는 순간, 나는 왜 갑자기 진지해졌을까? 아니, 진지한 척 똥폼을 잡았을까? 졸라 돈 없고 빽 없는 인생들 열 받는 세상에 살면서 그딴 낱말 쪼가리 몇 개에 비실비실 잘난 척 할 거라면 애초부터 우린 막혀있는 구멍이 아니었을까? 아니, 아예 존재도 없던 구멍이지 않았을까? 라는 식의 잔대가리를 굴려가며, 리오따르와 하버마스는 어느 술집에 앉아 지들 맘대로 세상을 씹어가며 싸웠을까 궁금해 했다. 지들이 무슨 세상 모두를 책임질 것도 아니었잖아, 안 그래? 그런데 이상한.. 2017. 7. 10.
20010501. 적성에 다녀왔습니다 20010501. 적성에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한가한 척(!)하며 식구들과 함께 적성을 향했습니다. 운암과 강진을 지나 천담에서 한숨 돌리고, 구담 지나 장구목을 향해 산을 하나 훌쩍 넘었습니다. 좁은 듯 넓은 듯, 깊은 듯 얕은 듯 하면서도 물줄기 하나 저 만치서 숨소리 내지 않고 따라왔습니다. 그 천진하고 어릿한 물이 종내는 세상에 나가 보랏빛 강이 된다 하니 바다 가까운 끄트머리에서 그저 은어고기 잘라먹고 신트림이나 하던 놈이 괜스레 뒤통수가 근질거렸습니다. 나는 이제껏 시작을 못 본 채 끝자락에 서서 출생의 비밀을 연상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장구목이라. 이제야 그 시작 어림에 내가 서 있었습니다. 내 나이 서른여덟이니 꼭 서른여덟 해 만의 귀환인 셈입니다.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요강바위.. 2017. 7. 10.
20001206. 두께의 형성에 대한 여덟가지 발언 20001206. 두께의 형성에 대한 여덟가지 발언2000 서신갤러리 겨울기획 06 20001206-1223유대수/서신갤러리 큐레이터 겨울이다. 좁은 들길을 걷다가 문득 생각해 본다. 왜 길은 여기에만 있는가. 내가 밟고 서 있는 두 뼘 남짓의 폭, 아득한 직선, 행여 어느 갈림길을 만나 좌회전 아니면 우회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폭의, 그 길이의 길은 계속 아득하다. 좌측의 길과 우측의 길은 또 어디선가 다른 좌측의 길과 다른 우측의 길로 계속 나누어질 뿐이다. 그럼으로 확포장할 여분의 둔덕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오랜 시간을 망설이다가 지금, 여기서 우리에게 두께는 있는가, 되물어 본다. 있다. 두께는, 아예 너무 두터워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으며 견고하기조차 해.. 2017. 7. 10.
20001117. 시놉시스에 대한 synopsis 20001117. 시놉시스에 대한 synopsis??? 문화저널 ?호 리뷰. 박진희 개인전 2000. 11. 17-23유대수/서신갤러리 큐레이터 이건 상자야! 라고 제시한 그 상자에 대하여 나는 일단 동의한다. 그렇다. 상자는 하나의 아웃 라인이다. 범주인 동시에 굴레이며 이 쪽과 저 쪽을 구분짓거나 똑 같은 방식으로 이 쪽과 저 쪽을 연결시키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풍토다. 그러니까 관계의 일상을 시각화하려는 하나의 시도인 셈이다. 동시에 상자는 닫힌 자신의 내부로부터 바깥을 향해 호흡하는 관계항에 대하여 피력하는 것이다. 라고 보여진다. 여기 상자가 있다. 걸어 들어간다. 또는 담겨진다. 안쪽에서 바깥쪽을 향해 응시한다. 그 범주의 아웃라인을 고려해 본다. 하얗게 둘러쳐진, 벽면을 긁고 지나가는 슥슥거.. 2017. 7. 10.
20001018. 낯익은, 혹은 다른 20001018. 낯익은, 혹은 다른2000. 10. 18 - 10 30 [풍경-그 사이]전 서신갤러리유대수/서신갤러리 큐레이터 너무 익숙한, 그래서 정작 무심한 '풍경' 속에서 우리는 가끔 새삼스러운 삶의 이치를 깨닫고 은근히 되새김할 때가 있다. 그러한 '풍경'이 주는 감정은 마치 비 개인 뒤 살풋 올라오는 흙냄새에 놀라 우리가 여전히 맨 땅을 밟고 살았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은 종류의 것이리라고 생각해 본다. 물론 그러한 '풍경'은 단지 자연의 한 귀퉁이나 시장골목같은 것들을 평면적으로 스캐닝해 내는 것들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당연하게도 '풍경'에는 또 다른 이면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가 살았던 또는 살아가는 것들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임에는 틀림없다고 믿는다.. 2017. 7. 10.
20000920. 의자, 지속 가능한 소통 20000920. 의자, 지속 가능한 소통20000920 - 0929 서신갤러리, 신석호 개인전-의자에 관한 명상-presence or absence 당신은 색과 색조를 보고 똑같이 당신은 형태와 형식을 보고 똑같이 당신은 변할 수 없는 것과 변화되지 않은 것을 보고 똑같이 당신은 진보와 서구화를 통해 걸러지고 편집된 냄새를 맡고 똑같이 당신은 셀 수 있는 것과 셀 수 없는 것이 서로 연결되어 겹침을 보고 똑같이, 말, 똑같이. 당신은 의지를 보고, 당신은 숨결을 보고, 당신은 숨이 찬 것과 의지가 없는 것을 보지만 당신은 여전히 의지를 봅니다. 의지 그리고 의지만이 이 땅 이 하늘 이 시간 이 사람들을 지지합니다. 당신은 하나의 똑같은 입자입니다. 당신은 당신을 떠나 이 모든 시간 동안 빈 채로 버려져.. 2017. 7. 10.
20000401. 이런 미술관, 필요없다 20000401. 이런 미술관, 필요없다??? 문화저널 ?호 시평 (2000년 3월 부지 확정 소식 기준으로 글 작성일을 유추함)유대수/화가, 서신갤러리 큐레이터 '잘못 지어지면 안 지은 것만 못하다.' 이 말은 미술관 건립에 대한 여러가지 조건들이 아직은 구체적으로 가시화되기 전인 작년 8월, 문화저널에 실린 미술관 특집기사의 머리제목이다. 당연한 얘기다. 대충 주먹구구식으로 지을거면 뭐하러 짓느냐고. 아예 안 짓는 게 백번 낫지. 그런 말일게다. 기왕 할려면 진짜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얘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제목, 누가 뽑았는지 몰라도 앞으로 자주 써먹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이대로 두고 보자면 차라리 안 지은 것만 못해서 결국 두 손 들고 나자빠질 그런 미술관을 떠안게 생겼으니 하는 .. 2017. 7. 10.
19990901. 전북판화의 흐름에 대하여[미술세계] 19990901. 전북판화의 흐름에 대하여 미술세계 1999년 9월호(통권 178호) *지역미술 특집-전북의 미술 유대수/화가, 서신갤러리 큐레이터 현대미술의 다양함 속에서 판화는 판화만이 지니는 다원성, 복수성, 대중성 등의 특성과 더불어 여타의 다른 예술 장르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조형표현의 형식으로 더 이상 기존 회화의 복사나 아류라는 피상적 인식의 수준을 벗어나 이미 그 나름의 독자적인 미술적 위치를 차지하며 대중적이고 세련된 하나의 표현양식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국내에서도 7~80년대를 거치며 판화미술에 대한 인식의 대중적 확산과 함께 몇몇 대학에 판화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과정이 생기면서 그 관심도가 높아지기 시작하여 일반인들의 발길을 미술시장으로 유도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기도 .. 2017. 7. 10.
19990822. 80년대미술운동사(전북민미협) 80년대 미술운동사책임정리/전북민미협 편집실 이 글은 1980년을 기점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의 민족민중미술운동의 진행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수준으로 쓰여졌습니다. 뒤에 소개될 많은 참고자료에서 더 자세하고 많은 사실과 정보를 읽어낼 수 있을 것임을 기대하고 연대순에 의한 미술운동단체들의 활동사항들을 중심으로 정리, 편집하였음을 밝힙니다. 1980년대 민중미술은 한국사회에서 민족적이고 민중적인 이념과 대중 활동 및 그것을 추구하는 미술가 조직으로부터 발생한 예술운동 과정이다. 1980년대 민중미술에서 한국사회 현실을 형상화하는 창작방법이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그것을 우리만의 독자적인 것이라고 여기진 않는다. 하지만 미술이 한 사회 안에서 나름의 자생력과 그 사회에 대한 예술적 응전 능력을 갖출 수 .. 2017. 7. 10.
19990811. 최정인개인전에 붙여 19990811. 최정인개인전에 붙여19990811-0820. 담갤러리유대수/작가, 서신갤러리 큐레이터 작업실 한 귀퉁이에서 무언가 꼼지락거린다. 별로 크다고 할 수 없는 화분에 파 몇 개를 그려놓았다. 그것이 조금씩 자란다. 또 있다. 그 옆에, 남편의 안경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젖병, 누구의 것인지 불분명한, 그러나 확실히 살아있는 것만은 분명한 붉은 귀, 때를 밀기 위해 벌거벗은 여자들, 이미 알 것 다 안다는듯한 표정의 등을 가진 아줌마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런 것들이, 그러니까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내 안에서 이미 상투화되어 버린 일상이, 채 의식하지 못한 의식이, 원대하고 성공적인 삶이나 쓰레기가 담긴 규격봉투처럼 한없이 정치적인 제도의 속물화와는 꽤 멀리 떨어진 지점으로부터, 홈비.. 2017. 7. 10.
19990804. 곽승호개인전-갇힌 방에서 묻다 19990804. 곽승호개인전-갇힌 방에서 묻다보다갤러리/1999. 8. 4 - 8. 10유대수/화가, 서신갤러리 큐레이터 이런 식의 질문이 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따위의. 적당히 취기가 오를 때쯤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무리 끙끙대봐야 결국 별다른 대책 없이 다음 기회로 넘길 수밖에 없는 그런 질문들 말이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생겨먹기나 한 양 칙칙한 유폐의 그늘을 여드름처럼 달고 다니는 내 가슴의 한 쪽, 밀폐된, 자기만의 방, 순례자의 고독 같은, 뭐 그런 것이 있는 것이다. 그런 식의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시 말하면 자기 존재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하나의 선택이라거나 혹은 참을 수 없는 의식의 무거움을 견디지 못.. 2017. 7. 10.
19990714. 삶 여성 일상전 19990714. 삶 여성 일상전[삶, 여성, 일상]전 서신갤러리 1999 07 14 - 07 27 유대수/화가, 서신갤러리 큐레이터 이제 세상이 변했다 라는 식의 말은 지겹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떻든 우리는 그저 살아간다. 세상이 변한 것이 나랑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회피와 냉소가 아니라 그런 정신없는 변화의 속도가 어떤 상황에서는 유용한, 업그레이드된 혜택들을 쏟아 붓고 있기는 할 테지만 그렇다고 우리 삶의 실제적인 질량과 부피를 온전히 감당해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함이다. 그런 살아감에 대한, 제멋대로 팽창하는 사회에 맞물려 소외되는 개인의 부정으로서의 고립이 아니라 주체적인 자아의 가치를 발견하고자 하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타자와의 관계 맺기를 원하는 의미로서의 일상은 우리 삶의 세부를 좀 .. 2017. 7. 10.
19990401. [서평]일상속의 미술-이발소그림 19990401. [서평]일상속의 미술-이발소그림문화저널 서평, 유대수/화가, 서신갤러리 큐레이터 "요즘은 미술관이 미술의 주인인 것처럼 보인다. 미술은 몇몇 사람만이 감상하는 밀실로 숨었고 세속적인 성공에 대한 선망만이 허깨비처럼 남아 있다." 그렇다. 사실 먹고살기 바쁜 일반의 사람들에게 '미술'은 얼마나 어려운가. 화면 곳곳에 장치된, 암호화한 거대담론이나 사회학적 코드들에 가려 일상의 아름다운 꿈들은 자칫 통속의 신파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미술에 대한, 그림을 향수하고자 하는 대중적 욕구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고급이냐 저급이냐를 따지기 이전에 이미 그 곳에는 또 그 곳의 미술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적어도 어느 한쪽의 '미술'의 편을 들 때 그 반대쪽의 '미술'의 위치를 어떻.. 2017. 7. 10.
19980901. 소박한, 그리하여 깊은 - 남궁산 판화전을 보고 19980901. 소박한, 그리하여 깊은 - 남궁산 판화전을 보고 두 정신의 만남전(전주 우진문화공간),1998, 문화저널 리뷰 더 이상은 양보할 수 없는, 아직은 지켜내야 할 것들이 더 많이 남아있는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종종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나 한 듯이 힘들어하고 체념에 빠지기도 한다. 그저 먹고 살기에 급급해 아름다운 삶에 대한 대화나 인간에 대한 사랑 같은 것들이 귀찮아질 무렵 우리들 마음 한켠은 무언가를 그리워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희망이다. 이번 전시 제목이 그렇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 생명과 희망은 이음동의어다. 생각해 보라. 생명의 온기가 없는 땅은, 희망 없는 삶은 얼마나 피폐한가! 화면 가득 차 오르는 노오란 달 속에 여린 새싹하나 물고 날아오른 새의 가볍게 잠긴 눈을 바라보자면 그.. 2017. 7. 10.
19980830. 지역미술을 바라보는 눈 [정육면체 속의 미술전] 19980830. 지역미술을 바라보는 눈 [정육면체 속의 미술전] 1998년 전북민족미술인협의회가 마련한 [정육면체속의 미술]전 1차 준비토론회 발제용 원고 - 19980830 탤리카페 지역미술을 바라보는 눈 1.한국사회에서 지역의 개념은 협소하다. 그것은 종종 향토성, 토속성과 일치하기도 하고 중심에 대비된 변방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그래서 '지역'의 경제, 문화, 정보, 매체 전반의 후진성과 비생산적 폐쇄성을 무의식중에 당연시하게끔 만들기도 한다. 정치적 관점에서 지방자치는 긍정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지자체의 존립근거가 자본사회의 동력구조에 충실한 일반적? 경제논리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우리들로서는 그리 달가울 것도 없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담보한.. 2017. 7. 10.
19980628. 지역미술운동의 정체성 확보-새로운 지평을 위하여 19980628. 지역미술운동의 정체성 확보-새로운 지평을 위하여유대수/판화가 전북민족미술인협의회 6월 정기모임 주제발표[지역미술운동의 정체성 확보를 위한/회원정기전 평가를 겸한 제1차 토론회] 새로운 지평을 위하여 지금 '미술운동'이라는 말이 가지는 함의는 여러 가지로 읽히고 있다. 무작정 진보를 뜻하는가 하면 민족미술, 민중미술, 또는 그런 정서의 체현의 의미 아니면 '아직도'를 대화의 시작으로 삼는, 지난 15년여의 정치적 현장미술 활동의 여운 내지는 미련(?)이라는 식으로도 통한다. 또는 아주 막연하게 새로운, Avant-Garde식으로 이해하는 수도 있겠다. 더욱이 바로 그 미술운동이라는 용어를 아주 활발하게 사용하기 시작함으로써 특정한 지점에 불특정하게 고착화시켜버린, 일종의 출발점이자 진행기.. 2017. 7. 10.
19980627. 작업실사람들에 대한 몇 생각 19980627. 작업실사람들에 대한 몇 생각열네 번째 작업실사람들 / 김충순 작업실 미술가 동네에서 이야기되는 것들 중에서 그 중심에 있는 화두라면 아마 미술이, 또는 미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바로 그 무엇인가를 하려고 할 때, 필요해지는 여러 가지 실천방식 중의 한가지로서 '작업실사람들'의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러한 근거로부터 언제나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원점이다. 가끔은 자기 정체성 찾기에서 모호함이나 관념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는 이유도 바로 원점을 미처 챙기지 못한 상태에서 전술적 우회라는 착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작업실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든 각자 자기 위치를 어느 정도? 갖춘 사람들이 모였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바꿔 말하면 이미 무.. 2017. 7. 10.
19980401-'불온'한 나라의 '불온'한 상상력-신학철의 모내기사건을 보며 '불온'한 나라의 '불온'한 상상력-신학철의 모내기사건을 보며19980401. 문화저널 시평 아무래도 이 땅은 살만한 곳이 못되나 보다. 글머리부터 이런 자조적인 말이 튀어나오는 것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는 미안스럽기도 하지만 IMF 신탁통치만큼이나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일이 또 생겨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8일자 일간지 보도-신학철의 작품 모내기 관련 대법원 판결;검찰의 상고이유 받아들여 유죄 인정, 원심판결(무죄) 파기, 사건을 서울지법 합의부로 환송. 문제는 '불온'함이다. '반외세 자주통일에 대한 염원과 민족공동체의 평화로운 삶에 대한 희구'를 표현한 그의 그림을 놓고 하는 말이다. 무엇이 어떻게 '불온'하다는 말인가? 복사꽃 핀 고향 동네를 그려 놓으니 거기는 김일성 생가란다. '빨간 눈'.. 2017. 7. 5.
19980313. 배와배꼽전-여는 글 서문>배와배꼽전-여는 글 19980313. 유대수 안이한 '미술(행위)'관념의 세례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지금 이제까지 우리가 습관적으로 인정해온 '미술'에의 과도한 기대는 어느새 배보다 배꼽이 커져버린, 배부른 돼지를 키워가며 그야말로 습관적으로 미술을 대하게 함으로써 정작 있는 그대로 대면해야 할 '미술적' 안착점을 잃어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배와 배꼽전의 기획에 대한 동기부여는 바로 습관적이지 않은, 습관적일 수 없는 미술적 안착점으로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의 미술가들이 겪는 현실과 이상, 구체성과 추상성의 괴리 등등의 작업실체로 돌아오면 우선 짚어보게 되는 것이 그 작가를 둘러싼 여러가지 현실인식의 조건일 것이다. '나는 왜 미술을 하는가' 라든지 '미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따.. 2017. 7. 5.
19970430. 풍경의 내면, 내면의 풍경 전시리뷰>풍경의 내면, 내면의 풍경유대수/전북민족미술협의회 편집실장 수록>전국민족미술인연합 발행 지용출 판화 개인전-풍경의 내면/1997. 4. 30~5. 6 나무화랑, 서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걸까? 딱딱한 얘기 집어치우고 딱 잘라 말하자면 그것은 희망이다. 사람은 희망으로 산다. 열심히 땀 흘리는 노동과 그 노동의 정당한 댓가와 보람과, 앞으로는 무언가 잘 될 거라는 기대와, 또 다른 어떤 것들-. 무언가를 꿈꾼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자신의 삶 속에서 항상 반복되어질 존재확인의 방식도 바로 이 희망 안에 있을 것이다. 어떤 종류의 것이든, 희망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면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기가 퍽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용출이 형의 삶에는 어떤 희망이 있을까? 사실 3년여를 .. 2017. 7. 5.
19970310. 청년미술연구소 - 설립을 제안하며 청년미술연구소 - 설립을 제안하며. 19970310. 유대수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당대의 사회현실 속에서 '문화지형의 변화를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라는 점이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이 문제는 우리가 행하고자 하는 미술, 미술행위가 곧 '문화적 형태'의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도대체 우리가 '미술'을 어떻게 행할 것인가라는 고민 속에 있을 때 그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지형의 변화를 읽어낸다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한 시대의 정치, 경제, 역사, 철학의 다양성과 변화의 폭, 대중의 감수성, 그 이해의 폭 등등을 읽어 낸다는 것-충분히 갖추어지지 못한 상황에서의 소위 '미술'이 제대로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것이 너무도 명백하다. 비슷한.. 2017. 7. 5.
[시평]내 맘대로 보는 지용출/유대수 2인전 “樹, 浮遊” 내 맘대로 보는 지용출/유대수 2인전 “樹, 浮遊”김회경 / 문화공간 ‘紙談’ 기획실장 요즘은 단골 술집인 ‘새벽강’에나 가야 유대수를 만날 수 있다. 적당히 취기가 올라 몸을 건들대는데도 이상하게 눈빛은 평소보다 더 날카로워져 있다. 껄끄러운 일에 총대도 시원하게 잘 매고, 잠깐 잠깐 무대연출도 하며, 소규모이긴 하지만 영화제에도 손을 댔던가?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작가보다는 ‘문화인’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그다. 몇 년 전 눈이 펄펄 내리던 날, 지용출의 금구 싸리재 작업실에서 석탄난로를 피워놓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다는 기억을 못 하지만, 운동권 출신 특유의 ‘골방 냄새’가 여전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투사적인 이미지는 아니지만, 삶에서 ‘고집’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목.. 2017. 7. 3.
19900822. 젊은創造者는여기서죽다 어느날 - 1 젊은創造者는여기서죽다.바퀴벌레의놀라운생명력이더이상전진할수없는山,더이상전진할수없는그리움의고통속으로기어들어가는山,마지못해사랑할수밖에없는밤이면娼女가되는사기꾼들은미처여기까지도달하지않다.그것이아주중요한동기가되어주는싸움터에서는수시로發起하는너의陰謀가산다.사는것은그것뿐만이아닌데사는것은신음하는李箱의부리만이살아남아이상한것들만그리고앉아있다.바로어머니의자궁으로돌아가는것,바로너의아내의옷을벗기우는치사한종말의음성,말로못하는그리움이있거든허기진배채우려는暴飮이나姦淫이나手淫이나숨가쁘게곯아떨어지는성질사나운고백이하고싶으면잡아끄는너의치마끝에누덕누덕붙어서나보다더섧게울어버리는그리움이있거든그따위로순수하게치장한슬픈그리움이있거든돌아가서이제는다끝났다고한다.어제나오늘이나가로막아서는칼날처럼빛이나는山,이제는어찌해볼수없는山,젊은創造者는여기서죽다... 2017. 7. 3.
[작가노트] 바라보다_유대수목판화전ㆍ일곱 번째 "예술은 똥꼬에서 우주를 꺼내는 일이니까."그림에 힘겨워 하는 내 등 뒤로 놀림인지 질책인지 모를 딸의 경구가 꽂힌다. 우주라. 킥킥대다 말고 자못 심각해졌다. 그렇군. 나는 그저 상상하지만 누군가에게, 어디선가는 다른 의미가 될지도 모를 일.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어쩌면 전부일 수도 있는 일. 만만한 삶은 어디에도 없다. 바라보다‘무기력’이라고 쓰면 너무 비참해질 것 같지만 세상에 건넬 말이 별로 없었던 건 사실이다. 봄을 견디고 다시 겨울을 맞기까지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예술은 사회의 위무가 되지 못하고, 자본의 영악한 들뜸이 눈물도 갉아먹는 세상. 표현하기 어려웠다. 부유하며 바라보는 일이 다만 진정(眞情)의 관조(觀照)로 남기를 기대할 뿐. 돌아보면 나 역시 ‘하나의 바.. 2017. 7. 3.
[시평]여기에 사는 즐거움을 바라보다_김정경 여기에 사는 즐거움을 바라보다 -유대수 판화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에 부쳐김정경/시인 사내는 난로 옆에서 국화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문 밖에는 벚나무 꽃잎 같은 함박눈이 내리고 그의 작업실에는 때 아닌 꽃이 계속해서 피어났다. 304개의 꽃송이라고 했다. 세월호 희생자의 목숨 대신 나무에 새긴 꽃이었으나, 이번 전시회 기간에 맞춰 완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구부정한 어깨 너머로 사내가 바라보았던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눈에 밟혔던 일상의 풍경과 사람들이 아무도 밟지 않은 흰 눈을 닮은 종이 위에 찍혀 있다. 그의 발밑에는 꽃이, 눈앞에는 나뭇가지가, 머리 위에는 하늘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틈으로 바람이 불어들고 때로는 사람들이 그의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왔다가 나갔었나 보다. 손끝에.. 2017. 7. 3.
[시평]목판화 앞에서_이필종 목판화 앞에서이필종/시인 예술은'똥꼬에서 우주를 꺼내는 일'이라고 한다. 우주라!문득, 눈길 닿는 '그곳'에 생각이 멈추면 한 폭 한 폭에 그림으로 담는다상상하고 부유하며 바라본 것들이진정의 관조로 남기를 기대하며굴곡진 선들 앞에서슬픔보다 더한 소리 없는 눈물을 흐느꼈을 것이다. 우주이여라!누군가에게, 어디선가는 다른 의미가 될지도 모를 일아무 것도 아닌 것이 어쩌면 전부일 수도 있는 일정녕 당신도 선택에 고뇌를 삼킬 것이다'바깥에서, 우주를 바라보다'라는그 속에 또 다른 우주를 바라보는 고독함 '개암사 당간지주''꽃무릇''환희''망해사'의 목판화들그의 손끝에 피멍이 들고그림 속에서 숨소리가 들린다. 우주는 아름답다똥꼬에서 우주를 꺼내는 일그것은 생명의 잉태, 예술로 영원히 빛나라 2017.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