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018. 낯익은, 혹은 다른
2000. 10. 18 - 10 30 [풍경-그 사이]전 서신갤러리
유대수/서신갤러리 큐레이터
너무 익숙한, 그래서 정작 무심한 '풍경' 속에서 우리는 가끔 새삼스러운 삶의 이치를 깨닫고 은근히 되새김할 때가 있다. 그러한 '풍경'이 주는 감정은 마치 비 개인 뒤 살풋 올라오는 흙냄새에 놀라 우리가 여전히 맨 땅을 밟고 살았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은 종류의 것이리라고 생각해 본다.
물론 그러한 '풍경'은 단지 자연의 한 귀퉁이나 시장골목같은 것들을 평면적으로 스캐닝해 내는 것들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당연하게도 '풍경'에는 또 다른 이면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가 살았던 또는 살아가는 것들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임에는 틀림없다고 믿는다.
여기 모인 세명의 화가들은 바로 그 이면을 보고자 한다. 풍경의 '다른' 지점에 눈길을 주는 것이다. 하나의 현상으로만 드러나는 풍경이 아니라 인간 삶의 모든 질곡과 관계함으로써 드러나는, 낯익음에 익숙한 무심함으로는 결코 읽어낼 수 없는 대지의 향기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삶의 이면에 배인 풍경의 또 다른 지점을 둔중하고 기계적인 학식이나 막연한 추상의 낭만에만 기대어 해석하지 않고도, 우리는 충분히 나눠가질 수 있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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