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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Column

[작가노트] 바라보다_유대수목판화전ㆍ일곱 번째

by PrintStudio86 2017. 7. 3.

"예술은 똥꼬에서 우주를 꺼내는 일이니까."

그림에 힘겨워 하는 내 등 뒤로 놀림인지 질책인지 모를 딸의 경구가 꽂힌다. 우주라. 킥킥대다 말고 자못 심각해졌다. 그렇군. 나는 그저 상상하지만 누군가에게, 어디선가는 다른 의미가 될지도 모를 일.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어쩌면 전부일 수도 있는 일. 만만한 삶은 어디에도 없다.


바라보다

‘무기력’이라고 쓰면 너무 비참해질 것 같지만 세상에 건넬 말이 별로 없었던 건 사실이다. 봄을 견디고 다시 겨울을 맞기까지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예술은 사회의 위무가 되지 못하고, 자본의 영악한 들뜸이 눈물도 갉아먹는 세상. 표현하기 어려웠다. 부유하며 바라보는 일이 다만 진정(眞情)의 관조(觀照)로 남기를 기대할 뿐. 돌아보면 나 역시 ‘하나의 바깥’이다.


일상의 편집

길을 걸을 때 생각하는 일이 잦아졌다. 문득 눈길 닿는 ‘그 곳’에서야 비로소 생각이 멈추고 다른 삶이 보인다. 나의 바깥. 한 가지, 또는 장면, 일상은 채집(採集)되고 삶은 편집(編輯)된다. ‘그것’만 남기고 다 걷어냈으나 옮겨진 ‘저 곳’에서 다른 것들과 함께 대화는 계속된다. 다시 걷고, 일상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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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수(1964~) 홍익대학교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전북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1993년부터 70여 회의 그룹ㆍ단체전에 참여하고 여섯 번의 개인전을 치렀다. 십여 년 남짓 서신갤러리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전시기획자로 일하고, 계약직 공무원 경험을 잠깐 했다. (사)문화연구창을 만들어 활동하며 잠시 그림 그리는 일을 멈추기도 했지만, 솔잎 먹어야 사는 송충이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중이다. 현재는 한옥마을에 있는 전주부채문화관에서 일한다.


2014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