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가가 바라본 2014년은 어떤 모습일까?
중견 판화가 유대수 씨(50)가 일곱 번째 개인전 ‘바라보다’를 연다.
19일(금)부터 28일(일)까지 열흘 동안 전주 동문거리에 있는 복합예술공간 <차라리언더바>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유 씨는 최근 작업한 25점을 비롯해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개막식은 19일 오후 6시.
세월호 참사, 구 전북도청사 철거 등 사회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한 해를 보낸 유 씨가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은 어수선한 ‘지금의 시대’와 그래도 희망을 주는 ‘곁에 선 사람들’을 담고 있다.
생명의 간절한 외침에도 지그시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는 세상. 촘촘하게 뻗은 느티나무 가지와 이파리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오히려 황량하고(하늘·2014), 마당 한쪽에 우직하게 서 있는 당간지주는 말없이 세월의 무상함을 전한다(개암사 당간지주·2014). 한 다발의 붉은 맨드라미도 화사하기보다 처연하고, 삭연(索然)하다(맨드라미·2014). ‘슬픈 추억’과 ‘당신이 그립다’는 꽃말을 지닌 꽃무릇은 붉은 색과 검은 색으로 각기 표현(꽃무릇·2014)된 작가의 아련함이다. 혼란하고 불안한 시대를 한 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작가의 성찰과 관조다.
유 씨는 “길을 걸을 때 생각하는 일이 잦아졌다.”며 “봄을 견디고 다시 겨울을 맞기까지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바라보는 것뿐이었다.”고 고백했다. “예술은 사회의 위무(慰撫)가 되지 못하고, 자본의 영악한 들뜸이 눈물마저 갉아먹는 세상”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바라보는 일이었다. 문득, 눈길이 닿은 것은 화가 박홍규·이기홍·이근수·고형숙·김윤숙 씨와 극작가 최기우, 청년몰 이승미 등 지금 그의 곁에 선 사람들. 작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비로소 생각이 멈췄고, 그들 삶의 단편을 판에 새기며 또다른 일상을 바라보았다. 전시 막바지까지 한 달 넘게 밤을 지새우며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304명을 위해 304송이의 국화를 새길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일곱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는 중견 판화가의 만만치 않았던 작업이 새롭다.
유대수 씨는 홍익대학교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전북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1993년부터 70여 회의 그룹전과 단체전에 참여했고, 여섯 번의 개인전을 치렀다. 현재 ㈔문화연구창 대표이며, 전주부채문화관 관장으로 있다.
유대수 목판화전, 일곱번째 - 바라보다
2014년 12월 19일(금) - 28일(일) (개막식 초대: 12월 19일(금) 오후 6시)
복합예술공간 차라리언더바 (동문사거리 국시코기 맞은편) 전주시 완산구 동문길 76 지하 1층(56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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