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미술운동 다큐멘트 - '황토의 역사'에서 '시국선언'까지
오직 시간의 누적만이 역사는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숨결과, 온 몸으로 살아 낸 노동의 자취, 비록 낡아져 한 쪽으로 밀려났으되 여전히 혈기 방자한 뛰놀음 잊지 못하는 우리 모두의 과거가 덧대어져야 비로소 역사가 된다고 믿는다. 그것이 오늘 이 묶음을 내보이는 이유다.
전북민족미술인협의회(이하 전북민미협)는 80년대 현장미술로부터 창작중심으로의 기치를 내걸고 95년 그 동안 전북지역에서 활동해 오던 미술운동 소모임 그룹들인 <들 바람 사람들>, <가보세>, <그림마을> 등과 여타의 관심 있는 미술인들이 모여 '진보적 민족미술을 통한 지역문화 발전'을 목적으로 창립하였다.
95년 창립전-황토의 역사전을 필두로 꾸준히 회원정기전을 가진 것은 물론 지역의 젊은 미술가들을 포함하는 대규모 기획전 '인간과 환경전', '정육면체속의 미술전' 등을 자체 기획,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와 더불어 매년 '온고을 그림꾼'이라는 소식지를 발행하여 회원들의 작업세계와 지역미술의 관심사 등을 다루고 토론모임-일끼, 온청년미술연구소 등의 운영을 통해 중심적인 창작미학의 연구, 토론을 일상화하고 개인창작과 집단창작과의 관계 속에서 전북지역 특유의 미술문화를 형성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북민족미술인협의회 소개, 진창윤, 1999.8.20, 80년대 미술운동사, 전북민미협>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지역은 변방이다. 제자리걸음을 만끽하는 일방향의 보수와 손에 잡히지 않는 역사 발전을 부르짖는 다원의 진보가 겹치지 않는 평행의 선을 긋는 것도 여전하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리 변한 것 없는-또는 되돌아 온 현실을 우리는 버티어내는 중이다. 그러므로 사회변혁과 현실참여의 구호, 건강한 삶과 건강한 미술을 향한 다짐은 적용 가능한 현재의 노래로 불리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급변하는 정치현실 속에서 목적의식적인 지향점이 모호해지고 있으며, 미술창작의 방법론적 자율성과 회원 각자의 자의적 미학을 인정하게 되면서 현 시점에서의 '진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북민족미술인협의회 소개, 진창윤, 1999.8.20, 80년대 미술운동사, 전북민미협>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로‘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미술이‘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바뀐 지 오래다. 철학과 인문의 깊이보다는 기술과 과학의 넓이가 압도하는 현재, 미술보다 더 미술 같은 매체의 권력이 공공과 시민을 점유한지도 한참 지난 일이다. 딱 그 만큼, 우리가 말했던 미술운동의 지향과 노선은 그 때 그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 옮겨져 있다.
현재 2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전북민미협은 초기에 비해 젊은 작가들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80년대와 90년대라는, 우리 사회와 미술운동의 변화의 지점들에 대한 상이한 이해 속에서 갈등과 함께 진지한 반성적 성찰을 거듭하고 있다. <전북민족미술인협의회 소개, 진창윤, 1999.8.20, 80년대 미술운동사, 전북민미협>
그 옮겨진 자리에 도착하는 것이 애초의 목표가 아니었던바 다시 어딘가를 향해 유목을 떠나야 할 출발의 시간이 바로 지금이기를 바란다는 점이, 황토의 역사에서 시국선언에 이르는 15년의 간격을 왜 이런 식으로 뒤돌아보는지에 대한 답이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 전시의 목표다.
2010. 6. 18
전북민예총 미술분과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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