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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Column

20051013-상상想像의 재현再現, 판소리와 미술의 만남

by PrintStudio86 2017. 7. 25.

[전시]상상想像의 재현再現, 판소리와 미술의 만남 

by artwood 2005/12/10 17:48 필부를꿈꾼적없다 



상상력, 말하자면 예술적 상상력이 우리 삶의 문화가 녹슬지 않도록 반짝이는 윤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은 결코 허황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결과적으로, 상상력의 가시적 재현 또는 그 재현의 성과가 이 곳에 얼마만큼의 부피와 질량으로 남는가를 측정하기 이전에 이미 상상하는 그것만으로도 여기서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기대 역시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오직 상상의 힘만으로도 기성의 고지식한 관성을 견뎌낼 수 있다는 강박을 지닐 필요는 없다. 또는 현실 세계의 계량화된 분석 같은 것과 꿈꾸는 자들의 활력을 맞비교하려는 일들에 그리 연연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이 쪽과 저 쪽의 현재를 인정하는 것, 건너가고 건너오는 방법을 얘기하는 것, 이 쪽과 저 쪽이 부딪혀 다른 어떤 것을 생산하는 경로에 대하여 숙고하는 것, 그 참여에의 반경과 경중을 정리하고 조립하는 것, 그것이다.


이 전시는 전주에서 열린 ‘2005 문화의달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이다. 전통문화와 예술적 상상력의 지속적인 소통-의 가능성과 함께 지역사회의 공공적 문화자산-의 구축은 어디서 끌어 올려지는가에 대한 기대 반 걱정 반의 탐색이 첫 단추가 되어주었다. 간단히 말해 판소리와 미술의 만남을 주선하는 일을 꾸민 셈인데, 판의 극적 서사성과 소리라는 음악적 구조를, 또는 이 둘이 섞인 총체를, 시각이미지를 다루는 미술가들은 어떤 상상력으로 접근할까 하는 생각이 기획의 밑바닥 주문이었던 셈이다.


그러므로 이 전시는 기존의 판소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피해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흥미롭고 다양한 시각적 즐거움을 나누고자 하는 바에 그 의도가 주어져 있다. 이러한 의도-의 주문에 따라, 참여 작가들은 두 차례의 강연 및 공연을 통해 평소 거리감 있게 느끼던 판소리의 역사와 구체성을 익히는 과정을 거치며 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고, 또한 한정된 기간의 전시 자체에만 주목하기보다는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대상으로의 전통문화유산, 즉 지역 사회가 가지는 문화적 특성들을 자신의 예술 작업에 포함시켜 녹여내는 데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전체적으로 참여 작가들의 반응이 뜨거웠음은, 미술가들이 자기 작업의 기존 양식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색다른 소재를 만난 즐거움도 있겠으나 말 그대로 내 삶의 주변에 산재한 문화적 소재들을 책임 있는 문제의식으로 들여다보고, 재해석하고, 가공하여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시도로 나가보는, 실험적인 하나의 판-으로의 접근이었다는 점에 그 본의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점은, 이 전시의 결과물로서의 판소리 형상화 작업이 연장되어 좀 더 확장된 시각이미지 작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해 준다. 말하자면 연속하여, 장기적으로 지역문화를 그 질과 양 면에서 풍부하게 채울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나아가 이 전시는 판소리뿐만이 아닌 여러 문화콘텐츠를 재생산하는데 있어 지역민의 관심과 미술가들의 열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공적 지원시스템이 결합하여 유연한 문화 향유의 틀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시도에 있어 작은 발걸음을 뗀 것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이러한 결과물들을 보존, 관리, 육성하는 데에도 차후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직 여기서 활발한-구체적인 생산은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화-적 자세 또는 예술-적 태도의 발화점이 타자와의 만남으로부터, 통제받지 않는 담화의 연속으로부터 근거하리라는 점을 전제로 역사와 미래를, 전통과 현재를 가로지르며 대화하고 싶은 적지 않은 열의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충분히 긍정하고 있어야 한다. 이로부터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일들이 수도 없이 생산되리라는 것을 또한 믿기 때문이다. 


* 2005 문화의달 전주행사 특별기획-미술로 보는 판소리 다섯바탕전 도록 발간 기획글로 붙임. -2005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