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늦어도 늦지 않다
by artwood 2005/11/25 14:53 필부를꿈꾼적없다
전주문화재단 설립 준비위원회에 드리는 글
작성일 : 2005년 10월 26일(수)
작성자 : (가칭)지역문화활동가 연석회의
받는이 : 전주문화재단 설립 준비위원회 위원장
“전주문화재단 설립, 늦어도 늦지 않다”
최근의 전국적 문화지형도를 보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설립을 필두로 많은 문화예술 관련 개혁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중앙중심에서 분권-지역 중심으로, 관치행정으로부터 민간자율 중심으로, 규제-감독 중심으로부터 정책-기획-지원 등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비춰 보면, 이제 각 지역은 지역발전을 위한 문화정책의 수립에 있어 지역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대안까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문화진흥법 제정과 지역문화예술위원회 설립, 기업의 문화예술 기부금에 대한 세제감면 등 새로운 문화 환경 변화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 중 지역 문화예술 발전전략의 수립 및 실행에 있어 자율성 및 전문성의 확보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이다. 이제 공공영역의 역량만으로는 전문성 확보가 어려우며 시대가 요구하는 과업을 적절히 수행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민간자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하고 전문성과 유연성을 활용하기 위한 공공과 민간영역 사이의 긴밀한 협력체계가 매우 중요하다.
지역 문화정책 수립에 전문화된 역량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공공영역이 가지는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각 지역은 전문위원회, 문화재단 등 비정부민간기관을 정책집행의 파트너로 삼고 있다. 이들 비정부민간기관은 관 또는 공공역역으로부터 지원을 받되 직접적인 영향력으로부터는 독립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관련 전문가의 적극적 참여와 자율적 결정을 보장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보유한다. 시민이 문화경영을 주도하고 수요자 중심의 문화시책을 폄으로써, 지역의 문화적 욕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문화지원체계 구현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몇 가지 긍정적인 변화와 담론의 형성에도 불구하고, 지역-특히 전주문화재단 설립 준비의 과정-은 여전히 안이하고 관성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혐의를 지우기 힘들다. 전주에서도 그간 문화재단 설립에 관련한 적지 않은 토론과 담론들이 있어왔다. 지난 1년여에 걸친 설립 논의를 지켜본 바에 따르면, 또한 지난 10월 19일(수) 준비위원회가 마련한 “시민공청회”에서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결론적으로, 지금의 [전주문화재단] 설립 과정에 동의하기 힘든 점이 한둘이 아니다. 결국, 지역문화예술계의 지대한 관심 속에 개최된 지난 공청회에서 준비위가 제시한 문화재단의 사업방향과 향후 일정 등은, 지역 문화예술계의 적극적 지지를 받아내는 데 실패했다고 보인다.
지금 건설하고자 하는 전주문화재단이, 기존의 문화예술 지원정책 및 사업들에 관련한 관행과 불합리를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말 그대로 투명한 민주적 절차의 시행에 따른 문화도시 만들기에 힘을 보태리라고 믿는 우리의 기대와 요구는 결코 억지스럽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지금 준비위원회가 진행 중인 일방적인 조직 절차와 그 형식적 결과를 볼 때 드러나는 우려의 마음 또한 감출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다급하기만 한 창립일정, 허점투성이의 정관안, 근거도 없고 예상도 할 수 없는 재정계획, 사실상 지자체 수장 휘하에 놓일 수밖에 없는 이사회 구성 및 조직구성표 등, 미비함이 한둘이 아닌 상황에서 그저 행정일정에만 쫓기는 형편을 관행적으로, 관대한 척, 눈감아주고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관행적 타협과 굴절이 대책없이(!) 잘 통하는 것이 우리가 꿈꾸는 문화사회가 아니며, 조금이라도 진일보한, 장기적으로 튼실한 초석을 마련하고자 하는 기대에 조금도 이익이 될 수 없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어떤 의미에서건, 공청회마저 끝마친 지금의 시점에서 전주문화재단 설립의 타당성, 가부를 묻는 일은 때늦은 감이 있다. 다만 준비위가 제시한 문화재단 설립안과 일정 등에 대해 다시금, 지역문화예술계 일반의 충분한 의견수렴의 절차가 전제된, 심사숙고의 여지가 필요하다는 견해는 절박하기만 하다.
이에 지난 10월 24일(월), 지역문화예술계 현장에서 활동 중인 다수의 활동가들이 그 뜻을 모아 연대, 토론한 “(가칭)지역문화활동가 연석회의“를 통하여, “현 시점에서, 지금과 같은 구조와 방식으로는, 창립에 반대한다!”는 종합적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음을 여기 적시한다.
향후 진행될 문화재단의 설립과 운영을 포함하여, 교류와 소통의 직접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물론 지역 시민사회 일반이 폭넓게 참여하는 의견 수렴의 과정, 좀 더 세밀하고 깊이 있는 논의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하고자 하며, 이것은 곧 전주시 및 준비위원회가 바라는 지역문화계 및 시민의 적극적 동의와 열화와 같은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서라도 기필코 선결해야 하는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여기에는 충분한 여유의 시간이 필요하며, 동시에 무엇으로든 변화 가능하고 누구에게든 입장이 개방된 가능성이 제공되어야만 한다.
이 외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으로 언급이 필요한 사항들-연석회의를 통해 제안된 다양한 견해들-에 대하여는 언제든지, 공개적인 자리에서, 수평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며, 준비위원회 여러분의 순정한 노력과 분투에 경의를 표한다.
2005년 10월 26일 (가칭)지역문화활동가 연석회의 참여자 일동 드림.
............
성명서인지, 질의서인지, 제안서인지 모호하기만 한 위 글,...
언제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답변을 하도록 하거나 이후 언제 어떤 경로로 대안적 행위를 속개하겠다는 식의 아무런 언급도 보이지 않는, 그래서 나도 답답해했지만, 그냥 무표정하게 앉아있기만 하는 것도 참을 수 없는 지루함이었다. 그래도 필부소견임은 틀림없는 일이어서 일단 올려놓으니, 속 넓은 분들이 이해하시길 바랄 뿐,
덧붙여 무감각하게 자신(들)의 절차만을 밀고 나간 그들에게 슬픈 소회를 전한답시고 중얼댄 아래 글 역시 모호하기는 매일반이다. -,.- 쩝
NAME ... DATE 2005.11.02 - 18:17 UPDATE 2005.11.02 - 18:22
당신들의 일그러진 '문화'
나는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음을,
'당신'들은 조금 약오르더라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은가?
이것은 정확하게 '일그러진' 것이다.
또는 '일그러져 가고 있는 중'이다.
미처 느끼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짐작에서 약간의 친절을 보태자면
바로 당신들의 '문화'적 태도의 힘,
그 힘의 여실한 '문화'적 분출이
도리어 자신의 '문화'적 형상을 일그러뜨리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고 싶다.
아니다.
나는 묻고 싶다.
당신들은 어떤 '문화'적 결과를 얻고자 하는가?
좀 더 직접적으로,
당신들은 무엇을 얻고 싶은가?
그 '무엇'이 '문화'적인 어떤 것과 호환되는가?
또는 호환될 수 있다고 믿는가?
오늘, 이 가을은 내 가슴만큼 처참하다.
일체의 예고편 없이
어느 식당 후미진 자리 한켠에서 방영된 당신들의 '문화' 역시 처참하다.
강팍하고 누추하기 이를 데 없는 여기 '문화'의 이부자리는
아직 개여질 채비도 되지 않았다.
적어도, 이 점은 명백하다.
당신들의 우습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한 '문화'적 태도와 입장의 형식은
아무렇지도 않게 팽개쳐진 실재의 '문화'를 결코 저울질하지 못한다.
감당할 수도 없다.
닫혀진 장롱, 그 암담한 음모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무엇이 나를 '문화'적으로 형식화할 수 있는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무엇이 나를 '문화'적으로 훈육할 수 있는지 정도는 눈치챌 수 있다.
돌아보라.
당신들의 일그러진 '문화'를 돌아보라.
아니다. '문화' 따위는 애당초 없었다.
그냥,
당신들의 가슴을 돌아보라.
나는 안다.
이제껏, 무수히, 그렇지 않은 적 없었다.
세계를 사는 자신의 '문화'적 태도와 입장에 대하여
명쾌하게 드러내는 일이 죄가 된다면
그 죄, 기꺼이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심지어 역사라고 부를 수 있다고 나는 주장한다.
내가 나의 두려움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나는 다시 한번 돌아서며 말한다.
지난 시절,
냉전이 무너지고, 전선이 사라졌다고 우울해하던 바로 그 시절,
화가 최민화는 단언했다.
"나는 탈퇴해야 한다."
자신의 머리와 가슴을 통합하지 못할 때,
자신의 예술과 '문화'가 바로 그 자신을 증거하지 못할 때,
응당 취할 수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역사의 현재를 딛고 있는
"나 조차도 탈퇴해야만 한다."
근조.
당신들의 일그러진 '문화'에 삼가 조의를 표한다.
...051102 [전주문화재단] 창립총회에 부침.
............
NAME ... DATE 2005.10.17 - 17:58
신경질 나는 오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참아보자 하면서 이런저런 소식통을 들춰 보다가 지난주에 보았던 마당수요포럼 안내문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 소리축제를 다루겠다는 10월 수요포럼의 시작시간이 오후 2시로 되어 있군. 가만, 수요포럼은 항시 저녁시간이지 않았는가? 지난 2년여를 한결같이 7시 어림에 시작해오던 행사가 아니던가? 왜 갑자기 이번 포럼은 오후 2시에???
그러다 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가만, 아까 문화재단(준)에서 정** 간사가 공청회를 하겠다고 연락했을 때, 오후 3시라고 했는데,...??? 그럼 행사가 겹치지 않는가? 이런 쯥쯥,...
이유야 어떻든, 소리축제 5년의 공과를 짚어보겠다는 것도 지역사회의 중요한 관심사요, 이목의 순도를 가능한 높여야만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더불어 [문화재단]의 설립에 관한 공청회 역시 두말 할 필요 없이 중차대한 의제에 다름 아니다. 더군다나 나로 말하면,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에 열릴 예정인 이 행사에 모두 필히 참관해야할 의무와 권리(!)를 지녔다. 때문에 더욱 곤혹스러운 심경이 이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짐작컨대, 수요포럼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발제, 토론자를 포함하여 참관자까지도- 동시에 문화재단 설립 공청회에서도 토론의 결에 한 축을 이루어줘야 할 논자들이 아니던가? 마찬가지로, 문화재단 설립 공청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며, 그 속에서 발언해야 할 많은 사람들 역시 수요포럼에서 필요로 하는, 속칭 (지역)문화예술계 인자들이 아니던가? 어쩌면, 겹쳐지고 포개져 있는 사안들/사람들이 아니던가?
굳이 둘로 갈라져, 객석을 썰렁하게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그저 우연의 일치인가? 서로(양 측의 주관자)간에 그런 내용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는 말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그리 배치한 것인가? 그렇게 행사가 겹치면 어떤 상황이 되는지 정말 예측할 수 없었단 말인가? 그럴 리가 있겠는가? 알면서도 그리하지는 않았으리라 믿는다. 몰랐을 것이다. 서로 간에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각자의 일을 준비하다보니, 어쩌다보니 그리되었고, 이를 알아채고 조정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너무 흘렀을 것이다. 그러므로, 양측의 준비자들은, 참여를 종용받은 사람들은, 안내메일을 받고 그 곳을 찾아가야 할 사람들은, 심지어 바로 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마음에 드는/좀 더 신경 쓰이는, 곳으로 발길을 돌리면 그만인 것인가?
정보부족, 소통부재, 무관심, 무책임, 막무가내,...원근법적 세계관,...
세월은 물같이 흐르니 모든 것을 뜻대로 하여라!
............
어쩌다 내가 이런 편지를 받아야 하는지 영문도 모르는 채, 아무튼 배달된 터이니 아니 뜯어볼 수도 없는 일, 겨우 들여다 보았다.
...전략
언제부턴지 모르겠으나 만만한게 문화예술판이라서
주인도 없고, 객도 없는, 그래서 임자없는 나루터꼴 된 문화판이
어제 본 시사프로 <친일파 후손의 땅찾기>와 뭐가 다른지...씁쓸해집니다.
문화예술계를 점령한 점령군이 있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부적 문화식민지에 사는듯 합니다.
자성이 먼저인지, 자정이 먼저인지, 소탕이 먼저인지 알수는 없으나
그냥 자성부터 하기로 해봅니다.
<우리>는 공부가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공도 많이 부족합니다.
현재의 이 판도를 초래한 것은 상당부분 <우리>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맹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대안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나태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치고나가는 꼴도 못봤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미시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발뿌리 상처에만 아파했습니다.
<우리>는 공동체만 외치다가 공동화를 초래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죽쒀서 개줬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습니니다.
여전히 우리는 문화예술만 생각하는 맹목적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우리는 나태하되 돌팔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우리는 미시적이되 그래서 본질을 알기 때문입니다.
비롯 헛구호일지언정 여전히 우리는 공동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화는 절대 권력적이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문화는 절대 비겁하지 않습니다.
문화는 절대 파이를 나누지 않습니다.
파이를 먹어보지도 않았지만 본래 파이 없이도 잘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문화는 문화로 말해야 합니다.
문화는 문화로 보여줘야 합니다.
문화를 말하고, 행하거나, 심지어 다툴 때에도 반드시 문화적이어야 합니다.
...후략
얼핏 비분강개한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길길이 날뛸 일도 아니라고 삭이는 발걸음도 익히 짐작이 간다.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1. [문화]를 먼저 말해야 [문화재단]을 이어 말할 수 있겠다.
2. 저간의 문화[적 발아]들, 예술[적 행위]들, 그것들의 [모듬]과 [이산]과 [쌓임]과 [날림]을 알아야 [문화]에 대해 내 눈이 조금 트이겠다.
3. 눈 조금 트인 사람들 모여서 발아와 행위의 [연속]을 이루는 [가능성]에 대하여 [심사숙고], [백가쟁명] 연후에야 조금 예술과 삶을 나눌 수 있겠다.
4. 각설하고, 잘먹고 잘싸고 잘놀아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으면, 우선 만나서 댓거리 하고 볼 일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지금의 [문화재단 설립 준비]에 대하여 아무 할 말이 없다. 굳이 말해야 한다고 잡어챈들, 콧소리나 흥흥거리고 말 일이다. 괜히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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