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09. 이미지로 만나는 도시
도시, 모던하고 동시에 글로벌한, 철기문명들, 동력, 그리고 경계. 피할 수 없는 나의 과거, 둔탁한 기호들, 무엇보다도 자본주의, 그러나 고급하게, 곧 죽어도 우아하게 폼 잡으며 저무는 이미지.
<2003 0401>
한국'적'이라는 의미-특히 시각 이미지를 중심으로-에 접근하기 위한 하나의 전제로서, 한국 또는 한국인의 미적 감성을 형성하고 있는 기본적인 요소들에 대한 점검과 이해가 필요하다. 질문은 단순하다. '도대체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곧 '한국적인 문화'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한국적인 어떤 것'들은 결코 단선적이지 않으며, 개항이래 근대 100년을 겪으며 구축해 온-구축시킨-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복합적으로 작용한 이미지-물리적인 것들과 동시에 비가시적이며 정신적인 것-들의 총합이다.
지금, 여기서 문제의식은 현재를 사는 우리 자신의 지점으로부터 출발한다. 우리를 형성시킨 우리 바깥의 모든 어떤 것들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야 한다. 우리는 종종 민족이나 전통/적 정서-에 불필요하고 과잉된, 강압적인 종속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그것들 또한 의심받아야 할 어떤 것들 중 하나일 따름이다. 우리를 현재로 형성시킨 것들은 무엇인가, 그리하여 우리는 제대로 형성되어 있는가 라는 식의 질문들도 가능하다. 또는 현재하는 현상들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할 것인가 까지도 나아가 생각할 수 있다.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어떤 이미지들의 배경에는 무수한 삶의 편린들과 이해관계가 숨어 있다. 그 배경에 대한 들여다보기, 면밀한 독해와 검증의 절차 없이는 결국 이미지에 대한 이해도 없다.
<2003 0409>
전주 교동에 자리한 전통술박물관(수을관) 입구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맞은편 리베라호텔의 사각 창틀과 기와지붕의 처마선이 서로 맞물리며 대비되고 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대척지점에 위치할 것으로 보여지는 이 두 종류의 스펙타클이 지척의 공간에서 서로 당기고 밀어내며 형성하는 어설픈 제휴는, 봉건과 근대, 또는 근대와 탈근대가 포개지고 주름진 시대를 살며 경험한 눈으로 보자면 미처 느끼지 못하고 스쳐버리는, 너무도 익숙한 풍경일 따름이다.
<200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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