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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Column

20080326-한지공예세미나-문화산업, 예술의 상품화, 그리고 한지의 재발견

by PrintStudio86 2017. 7. 25.

[20080326-한지공예 상품화 세미나]

문화산업, 예술의 상품화, 그리고 한지의 재발견

유대수/한국소리문화의전당 큐레이터



□ 문화산업은 무엇인가


“문화담론은 80년대의 경제결정론과 유사하게 일종의 문화결정론의 편향에 빠지기가 쉬었고, 문화와 경제 사이의 교차관계들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보다는 문화의 경제적 조건들을 ‘소비자본주의’ 혹은 ‘탈산업사회’라는 상투적인 용어로 관용화하는 정도에 그쳤다. 예컨대 문화산업에 대한 실증 분석과 문화의 실물 경제 속에 잠재된 자본의 변형과 일상 삶의 재조직화를 눈여겨보는 작업들이 두드러지지 못했던 것도 문화의 현상적 변화에 대한 내재적 구조의 변동과 문화에 대한 경제의 교차관계들을 문화담론이 소홀히 한 예가 될 것이다.”1)


이 글이 작성된 시점(1997~8)을 감안하더라도, 문제의식에 있어서는 여전히 유효한 측면이 있다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바로 ‘문화산업’이라는 ‘담론’이 현재의 시점에서 얼마나 충분히 분석되고 내화되었는가하는 우리의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문화산업’이라는 용어는 대체적으로 대중문화 양식과 멀티미디어적 환경을 근거로 하는 사업 분야를 지시하는 비판적 측면이 강하다.2) 그러나 최근 들어(2000년대 이후?) 문화산업의 개념과 범주는 상당히 확장되었는데,3) 이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자본주의 시민사회의 확장에 따른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정치적 변화와 함께 제도/정책적으로 추진된 ‘의도적-지시적’ 배려와 간섭의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문화산업의 개념은 문화제도, 문화구성체, 문화 생산수단과 같은 사회, 역사적인 체계 내에서 구성되며, 지배의 이데올로기 재생산과 생산관계의 재생산의 구조에 따라 변형된다. 그런 점에서 문화산업의 개념은 단순하게 ‘문화’와 ‘산업’이라는 개념의 중간적 의미를 넘어서 이 두 개념이 결합되었을 때 특수하게 나타나는 절합 효과를 ‘역사적으로’ 내구화한다.”4)


이 말은 최근 우리 사회의 변화 흐름을 주목할 때,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 관련한 여러 정책방향을 통합, 연결 지어 고민할 필요성에 그대로 대응된다고 보인다.


“즉 문화가 산업화된다는, 혹은 경제가 문화영역을 통합한다는 파악은 양자 모두 좀체로 환원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이 두 의미를 모두 포함하면서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설명해내기 위해서는 이 두 개념이 절합하게 된 역사적 과정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 과정에 대한 해명에는 반드시 문화예술 형식의 역사적 변천과정, 문화 생산수단의 비대칭 구조, 그리고 현대 자본주의 전개과정의 특수성이 모두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뜻이다."5)


쉽게 말해 7~8년대 산업-개발-토건사회와 압축-고성장사회를 거쳐 90년대의 IMF, 2000년대 신자유주의-세계화 논리의 심화/확대와 함께 대두된 소위 ‘문화사회’론의 한 갈래-지극히 세부항목으로서의 실행파일 중 하나일 뿐인 곁가지였으나 마치 본류처럼 오도되어버린 ‘문화로 돈벌기’, ‘문화의 산업화’, ‘문화콘텐츠 개발전략’ 등의 전방위 포진이 ‘문화산업(의 진흥)’으로 명제화되고 국가정책으로 포획되는 결과에 이른 것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문화산업의 개념은 여전히 모호하다. ‘문화’라는 개념 자체가 너무 다의적이고 그 범주를 명확히 하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화산업에 대한 가장 광의의 개념은 문화예술과 교육, 스포츠, 관광 등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서 가계지출 중 문화생활비에 해당되는 모든 것”으로, 협의의 개념으로는 “문화자원을 산업화하여 재화, 서비스, 정보 등의 형태로 판매하는 산업으로서, 시나리오, 희곡, 문화재 등 유ㆍ무형의 창작물을 영화, 비디오, 공연상품, 컴퓨터 게임 등과 같은 문화적 상품으로 생산하는 활동에 한정”6)된다. 즉 ‘문화적 자원을 활용하여 기업이윤을 발생시키는 산업’ 혹은 ‘문화를 핵심역량으로 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조동성, 2000)


한국의 문화산업진흥기본법(제2조 및 시행령 제2조)에서 ‘문화산업’의 정의는 멀티미디어 컨텐츠부문보다는 넓고 영국 등의 문화산업 개념에 문화상품제조업을 포함한 수준이다. 즉 ‘문화산업이라 함은 문화상품의 생산ㆍ유통ㆍ소비와 관련한 산업으로서, 문화상품이라 함은 문화적 요소가 체화되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유ㆍ무형의 재화와 서비스 및 이들의 복합체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문화산업의 범위로는 다음과 같이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① 영화, 음반ㆍ비디오물 및 게임물, 출판ㆍ인쇄물ㆍ정기간행물, 방송 프로그램, 문화재와 관련된 산업

② ‘문화적 요소(예술성, 창의성, 오락성, 여가성, 대중성)’가 채화되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디자인, 광고, 공연, 미술품, 전통공예품과 관련된 산업

③ 영상소프트웨어 중 양방향성 멀티미디어 기술을 이용한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관련된 산업(정보통신 관련 기술지원은 제외)

④ 기타 전통적인 소재ㆍ기법ㆍ이미지를 활용한 의상ㆍ식품ㆍ주거ㆍ조형물ㆍ장식용품 소품 및 생활용품과 관련된 산업 및 위의 문화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회, 박람회, 견본시장, 축제 등 이벤트의 기획ㆍ운영 등과 관련된 산업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여타 선진국에 비해 문화산업의 범위가 상당히 확장되어 있음을 볼 수 있는데, 문화산업의 개념이 단지 예술, 콘텐츠 관련 산업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전통문화 상품으로 인식되어 오던 전통공예품이나 전통적 소재, 기법, 이미지를 활용한 각종 산업 활동도 아우르고 있다.7)


여기서 모두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이러한 ‘문화산업’의 확장에 관한 다양한 이해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현실과 역사-전통을 아우르는 ‘문화’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산업-경제’의 근현대적 조건에 대해 먼저 논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점들이 지금 이 자리의 중심 논제가 아닐뿐더러 정확하게는 예술, 곧 기초/순수예술에 대한 관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화가 엇나갈 수 있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문화산업의 태생과 담론의 형성-과정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때 좀 더 진전된 현재의 ‘문화의 산업화’, ‘예술의 상품화’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 예술의 상품화


한편으로 문화는 지역주민들이 향유하는 삶의 질의 조건이자 지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고양하고, 주요 관광자원이나 경제자원으로 평가되는 어떤 것이 되었다. 위에서 말한 제도/정책적인 접근, 국가정책으로의 포획이라는 관점으로부터 지역적 조건에 이르는 흐름을 우리 사회의 최근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지극히 단편화된 것이긴 하지만 다음과 같은 도식을 그릴 수 있다.8)


<IMF/국민의정부 이후 참여정부 - 지방분권과 문화사회(문화주의)론 - 거버넌스, 예술진흥정책과 문화중심도시 - 문화(예술) 상품화론과 지역정체성 - 다시 문화산업(우선주의)>


이미 알고 있듯이 참여정부의 지방분권은 지역정체성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제공했고, 광주에서 선행된 문화중심도시 논쟁은 각 지자체의 경쟁적인 지역개발론-의 방향 모색에 모종의 힌트를 던진 격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여기에 문화-예술은 매우 적절한 콘텐츠 제공처가 되어주었지만, ‘문화-예술 콘텐츠의 개발로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식의 열광적인 외침에 비하면 문화산업의 시장을 가능케 하는 근거지로서의 ‘문화-예술 생산’의 지점에는 그간 실질적인 고려와 안배가 도외시되었다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첨예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전면에서조차도 예술이 상품화 이전에 예술 내적인 문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 말은 예술의 비사회적 순수성 같은 점을 지적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문화화-상품화-산업화의 과정에 편입되기 이전에 예술 생산의 정당한 활력과 쓰임새가 더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고, 국가-정부는 시민사회 영역을 구성하는 진원지로서의 예술-문화 생산의 지점에 더 많은 힘과 노력을 투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따라서 원론적 취지에서는 예술 생산의 근거 확보>문화화-콘텐츠화 과정>산업적-경제구조의 도입>하드웨어 및 마케팅 지원 등의 순서로 ‘문화산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 정체성 확보’에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여겨진다.


물론 여기에는 국가-정부의 정책적 안배와 지원 노력 이외 예술 생산자 집단의 창의성, 다양성 확보와 수월성 제고의 노력도 필요하다. 대중문화-서브컬처 또는 미디어 장치를 수반하는 영역도 마찬가지지만 예술 생산의 영역이, 예술의 비가시적/인문학적 가치가, 맨 몸으로 시장에 진출하여 화폐가치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절실한 테크놀로지나 ‘연출’이 뒷받침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 한지의 재발견


“전주 전통문화도시는 “새로운 문화를 조성하거나 과거의 정지된 역사문화에 초점을 두지 않고 시민들의 삶과 도시환경 속에서 전승되고 활성화되고 있는 전통문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전통문화 경관에 가치를 두고 있는 것에 차이가 있다. 전주는 전통문화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자긍심과 일상화 수준을 기반으로 전통문화도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핵심적 자원을 중심으로 한지, 서예, 공예, 설화, 한옥 등의 특성있는 자원을 개발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정광렬, 전북 민예총 대토론회 2005, 발제문)”9)


잘 생각해 보면 우리가 언제부터 문화의 산업화를 고민하고 또 우리 지역이 문화적 도시가 되기를 희망했으며 나아가 ‘전통’이라는 개념을 어디서, 어떻게 끌어 왔는지 확인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지’가 등장한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지금 그러한 문화-산업-전통-한지 식의 흐름과 개념 적용의 이해/불이해나 잘/잘못을 재론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우리 시대에 문화산업은 어떻게 적용되고 또 가능해질 것인지, 즉 발전적 전망을 위한 현실의 점검 차원에서 문화산업을 해부할 필요가 있는 것처럼 전통과 한지 역시 마찬가지의 자리에 있다는 점을 말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한지는 전주를, 전북 ‘지역’을 대표하며 이 지역(정체)성은 다시 한국 문화를 ‘상징’하고, 따라서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한지10)는 세계 시장에서 지역성을 무기로 자본시장에서 ‘팔릴 수 있다’라는 논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공예’라는 예술적 장치-미감이 덧보태진다. 당연히 한지는 한지 자체로 ‘물건’이 되어 팔릴 수 있으며 그 때의 한지 역시 문화-적 산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공예-예술화한 한지는 또 다른 위치를 가지게 되며 한지와 공예-예술의 사이에서 전혀 다른 의미의 문화코드를 생성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과 확대에서 재발견된 한지의 위상이 아직은 일상화, 전면화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자못 기대하기에는 충분한 자질과 전망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다. 문화의 내재적 구조, 지역의 공동성에 예술의 창의적 활력이 접합되는 그 자리에 한지가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에 이르기 이전, ‘돈’에 이르기 이전, 예술이 되고자 하는 한지에 대하여 우리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아는 바가 무엇인지 좀 더 충분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나아가 상품-만들기에 대한 창의와 상상의 힘을 더 높이고 분화시켜야 한다. 지역(정체)성이나 산업화를 앞질러 운위하기 이전에, 차라리 ‘한지로 괜찮은 물건 만들기’에 고개 돌리지 않고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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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이동연, 문화의 독점강화와 다국적 문화산업의 지형, 1998

주 2) <문화산업과 지역경제의 활성화방안, 2006>,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는 표준화되고 대량생산되는 상업적인 문화를 문화산업이라고 하고, 대중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져서 향유되는 문화로서 대중문화와 구별하였다. 이들에게 있어서 당시의 라디오, 영화, 만화, 재즈와 같은 문화산업은 예술작품이 갖는 심미성과 소박성을 천박하고 외설적인 것으로 격하시킨 것이었다. 그것들은 나아가 대중을 상대로 조작된 욕구에 의해 생산되는 문화로서, 자본주의적 경제논리에 따라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생산되는 것이며 인간의 감각적 쾌락만을 자극하여 현실도피에 이르게 하는 반계몽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학문적인 용어로서 처음 등장했을 당시 문화산업은 오늘날 사용되는 것과 같은 문화경제적 시각의 개념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문화생산의 모순을 지적하기 위한 비판적 개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산업에 대한 비판적 관점은 세계화가 전개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는데, 문화산업이 미국식 상업주의 문화를 세계의 보편문화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여전히 적지 않다.”

주 3) 이동연,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이후로 문화산업에 대한 개념 규정은 이후 여러 각도로 논의되어 왔다. 예컨대 미국의 경제학자인 메치럽(F. Machlup)이 제안한 ‘지식산업’이나 독일의 철학자 엔젠스베르거(H. M. Enzensberger)의 ‘의식산업’, 그리고 최근의 컴퓨터, 전산통신, 텔레비젼, 유선방송, 인공위성 등을 망라하는 ‘정보산업’ 등이 문화산업의 개념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용어들이 등장했다.”

주 4) 이동연, 위의 글.

주 5) 이동연, 위의 글.

주 6) <문화산업과 지역경제의 활성화방안, 2006>

주 7) 이상 6)과 같은 글에서 인용.

주 8) 이것은 정확한 이론적 근거나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게 아니다. 필자의 발언을 끌어가기 위한 방편으로 임시적으로 응용하는 문장일 뿐이라는 점을 밝힌다.

주 9) 이정덕, <전통문화의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에서 재인용.

주 10) 앞에서는 전주의 지역성을 대표하지만 여기서는 한국의 지역성을 대표하게 된다. 따라서 세계 시장에서 한지는 한국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