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윤슬 6월호> 예향 전주의 화랑과 전시장 문화
유대수/판화가, (사)문화연구창 대표
20220506
전주 화랑의 역사는 도시 규모로 보나 경제력으로 보나 무시할 수 없는 오랜 연륜과 분포를 보인다. 1920년대 이후 전통서화를 벗어난 신미술가들의 활동은 바로 작품의 전시라는 새로운 형식의 시도로 드러나는데, 동광미술연구소(1930년대 중반, 이순재ㆍ박병수ㆍ김영창 설립)를 중심으로 후진 양성과 창작 활동의 근거를 마련하고 학교 공간을 빌어 동광미술전람회를 개최(1945, 전주성심학교)했으며, 1947년에는 금융조합전북도연합회에서 동인그룹전을 열기도 하고, 유병희의 종군기록화 개인전(1951)이 전주공회당에서 열린 바 있다.
많은 전시들이 본격적인 사설 화랑공간이 태어나기 전 기존의 공공기관인 전주미국문화관이나 전라북도공보관 등을 활용하여 활동의 토대를 쌓아갔으며 또한 고사동의 일번지다방(1953~54쯤, 최초 시화전 개최), 아담다방 등 찻집 전시가 활발하게 이뤄지기도 했다.
1971년 백제화랑, 전북화랑이 전주 최초의 사설 전문화랑으로 문을 연 이후 월담미술관(1974, 백제화랑과 겸함)이 개관함으로써 이렇다 할 전시공간이 없어 다방과 기존 공공건물을 전전하던 미술 전시들이 제대로 된 상설전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는 당시 여타의 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시도들이었으며 전북미술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풍성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 가히 화랑 전성시대라 할 만큼 전문성을 내세운 공간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고서화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인 솔화랑이 1984년 문을 열었고 현재는 A옥션을 겸하여 활동 중이다. 또한 민중미술이라는 새로운 미학을 주로 다루었던 온다라미술관(1987. 10~1992)이 등장하고, 민간 사업자의 후원과 서양화가 유휴열의 노력으로 얼화랑(1988. 12.~2005. 1.)이, 표구사로 출발했던 대성화랑이 같은 해에 연이어 개관했다. 1991년 개관한 우진문화공간은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통로로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외에도 예루갤러리(1993. 3)와 정갤러리(1993. 4)를 비롯해 민촌아트센터(1994), 한마음갤러리(1996), 서신갤러리(1997. 10), 현대아트센터(1999), 리베라갤러리, 경원아트홀 등이 지역 화랑의 맥을 이어왔다. 서신갤러리는 전담 큐레이터를 도입한 첫 화랑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역미술의 살림을 두텁게 이끌어 왔던 사설화랑의 열기가 대부분 2~3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관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나름의 역할과 소명을 자부하며 새롭게 화랑문화를 세우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된다. 병원 로비를 활용하여 작가 초대전을 이어가는 수갤러리, 카페를 겸하며 다양한 기획전을 펼치는 오스갤러리 등이 그것이다. 최근 전주한옥마을(교동아트미술관, 향교길68갤러리 등)을 비롯하여 갤러리누벨백, 서학동사진관, 서학아트스페이스 등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시내 곳곳의 카페들도 전시장 역할을 겸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전주에서 갤러리라는 이름을 내건 곳은 26개에 이른다. 이외 전북예술회관(1982. 2. 9) 전시장의 꾸준한 운영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2001. 9), 전북도립미술관(2004. 10) 또한 전주의 미술문화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요약]
전주 화랑의 역사는 도시 규모로 보나 경제력으로 보나 무시할 수 없는 오랜 연륜과 분포를 보인다. 1920년대 이후 전통서화를 벗어난 신미술가들의 활동은 바로 작품의 전시라는 새로운 형식의 시도로 드러난다. 성심학교에서의 동광미술전람회 개최(1945)를 시작으로, 다방, 공공기관의 활용에 이어 최초의 전문화랑이라 할 백제화랑(1971)의 개관, 그리고 전북도립미술관(2004)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시공간들이 전주의 미술문화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1954년 신상미술회 창립전 리플릿 표지, ‘전주미국문화관’에서 개최되었다. 사진출처: 동창 이경훈 20주기 유작전 기념 작품집, 2007. 6.>
<1975년 8월, 백제화랑(월담미술관 자리) 앞 기념사진, 좌부터 유휴열, 하반영, 박민평. 사진출처: 三人전 팸플릿, 전북예총화랑, 1975. 8.>
'News &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시] 전북판화30년-다시, 판화전 도록_웹북 바로가기 (0) | 2022.07.06 |
---|---|
[전시] 20220701-0821 전북판화 30년 - 다시, 판화 Restart, Print. (0) | 2022.07.06 |
[전주윤슬] 전주가 보이는 이 한 장의 그림. 20220401. (0) | 2022.04.15 |
[꽃심 포럼] 풍류잡설, ‘우리 식’으로 놀기, 그리고 재현의 가능성. 20211126. (2) | 2022.04.15 |
[내 인생의 음악] 물 위에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20200430. (1) | 2022.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