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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Column

20160701-회장님에게 그리고 여러 친구들에게[완초밴드]

by PrintStudio86 2017. 7. 26.

회장님에게, 그리고 여러 친구들에게 

20160701. 완초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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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아시겠지만, '인터넷'이라 불리는 웹-온라인 커뮤니티는 사용하기에 따라 광대한 공간이자 한정된 영역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가상현실(Virtual Space)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실재공간(Real Life)을 넘어설 수도, 대체하지도 못합니다. 나는 그렇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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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웹 커뮤니티는 도구이자 기능일 뿐입니다. 목표가 아닐 뿐더러 추구해야 할 가치도 아닙니다. 따라서 현재의 시간을 즐기기는 하되 신뢰의 무게를 다 싣지는 못합니다. 나는 웹 공간을 그렇게 이해하고 그렇게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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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자면, '네이버밴드'라는 게 멀리 떨어진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특히 대한민국의 독특한 풍습(!)인 학연-지연-혈연을 '독자적 집단화'하는 순/역기능이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예전 <아이러브스쿨> 또는 <싸이월드> 식의, 돌이켜보면 일순간의 시대적 풍경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것들은 언젠가는 사라져 갈, 한때는 꽤나 소중했던, 갈아타기 이전의 구버전 휴대폰(!) 같은 것들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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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법의 전기신호가 만들어내는 RGB 스크린의 정보(과학적이어서 무오류라고 믿는)를 '일시적인 것'이라 부른다면, 얼굴을 맞대고 눈빛을 읽으며 주고받는 대화(감정적이어서 오류가 섞여 있다고 믿는)를 나는 '항상적인 것'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말하자면 나는 일시적인 것(무오류의 제도)에 내 삶을 소비하며 안달하느니 항상적인 것(오류 투성이 삶의 현장)들의 공간에서 웃고 울고 부대끼며 살고 싶습니다. 일시적인 건 어쨌든 일시적일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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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생각의 연장선에서 이해하자면, 우리가 'SNS'라 부르는 것들은 얼핏 '열린 공간-광장'이라 큰소리치지만 동시에 그것은 일종의 '칸막이'이기도 합니다. (쪽방촌? 벌집? 그런 것들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칸막이는 해당 칸 내부에 한정해서만 그것을 광장이라고 믿게 만든다는 점에서 '착시'입니다. 칸막이는 일부에 동질감을 주는 대신 전체로부터 분리시킨다는 점에서 '배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체질상, 직업상, 칸막이의 바깥에서 칸막이의 해체 또는 칸막이 간의 자유로운 넘나듬을 삶의 가치로 알고 사는 사람입니다. 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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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원근법적 세계관을 넘어 동양의 부감적-통찰적 세계관으로 우리 삶의 현실을 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부탁이기도 합니다.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몸에 박힌(훈육된) '합리적 관점'이라고 하는 것이 종종 만사형통의 '정답'으로 착각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발 물러서서(마치 미술관에서 작품 감상할 때처럼) 관조할 시간이 필요한 건 이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답이란 게 있을까요?" 이 말은 주장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우리가 나눠야 할 대화의 첫 단추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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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질더질 말이 길어진 연유는 회장님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처음 생각난 단어가 '칸막이'였기 때문입니다. 부부싸움 후의 '별거'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굳이, 왜, 하필, 지금 칸 나누기가 필요할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우리는 혈관을 흐르는 뜨거운 피 때문에 만나는 것이지 전기선을 타고 흐르는 0과 1의 신호 따위 때문에 만나는 것은 아니지 싶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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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전달해 준 메시지 내용에 나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런 방법에 찬/반이나 해라/마라까지 거론하진 않겠습니다만 나는 따라가지 않겠습니다. <완산초등학교 64회>라는 집 한채면 나에게는 이미 충분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부디 헤아려주시길 바랍니다.

(회원회비를 내(었)고 회원규정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소속원으로서 응당의 품위 유지와 활동 여부에는 지장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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