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1-수요촛불 기고 2
전라북도 구도청사 활용 vs. 전라감영 복원 논쟁을 바라보는 몇 관점
유대수/지역문화정책연구소 (사)문화연구창 대표
십여 년을 끌어 온 이슈임에도 최근 몇 년간 시민들은 대체로 무관심했고, 밟아야 할 행정절차는 대체로 마친 상태라는 <전라북도 구도청사 활용방안-전라감영복원사업>에 대한 이야기가 세간의 관심사다. 64지방선거 과정에 '철거' 관련 문제가 불거진 바, 신임 집행부가 들어 선 전주시는 ‘소수의 의견’ 존중이라는 차원에서 신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편에서는 조속한 사업 집행, 곧 전라감영 복원을 위해 구도청사 건물군을 하루라도 빨리 철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좀 과장시켜 표현하면, 전주라는 도시의 향후 2~30년을 좌우할지도 모를, 원도심 한복판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온 몸에 지니고 있는 그 터, 공간의 리노베이션 구상에 대한 견해들은 다양하기만 하다. 어쨌든 작금 논쟁의 초점은 구도청사 건물군의 철거 찬반여부에 있다. 물론 철거하고자 하는 이유는 전라감영의 복원(정확하게는 선화당의 재현) 때문이다.
어느 방향이 시민의 생활과 도시문화의 미래에 좀 더 보탬이 될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은 좀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떤 하나의 길을 향해 걸어야 하기 때문에, 조금 지루하더라도 섬세하게 논의하고 진정하게 도시발전의 미래를 예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논쟁에서 간추릴 수 있는 몇 가지 논점에 대하여 일별하고 의견을 덧대어본다.
1. ‘전라감영복원사업’은 어떻게 출발했는가.
이 문제는 결국 ‘전라감영 복원’에 필요한 향후 예산 확보(곧 국비) 여부와 연결되어 있다. 동시에 구도청사 건물의 효과적 활용에 대한 논의는 전혀 해보지 못한 채, 사업 제목이 일방적으로 ‘전라감영 복원’으로 된 출발점이자 지난 10여 년을 허송세월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 자료를 종합, 요약하면 그 대강의 내력은 다음과 같다.
- 도 신청사 건축비 및 이주비에 보태쓰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전북도는 자자체장들의 합의 하에 전라감영 복원을 핑계로 국비 500억 원을 받아 신청사 이전에 사용했다.
- 현재 예정된 ‘전라감영복원사업’의 예산은 총 73억 원이다. 건물철거에 도와 시가 반부담하여 19억 원, 감영복원에 역시 도비와 시비 합산 기준으로 54억 원(추후 확보 예정), 서편부지 ‘문화시설’ 건립에 대한 것은 구체적 계획은 물론 예산계획도 제로 상태.
이것은 무얼 뜻하는가. 구도청사 부지의 절반에 해당할 ‘문화시설’ 부분은 속칭 ‘노답’인 상태라는 것이다. 또한 ‘전라감영(부분)복원’은 국비지원 없이 순전히 시비와 도비만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국비 500억을 받아 다른 용도(!)로 써버린 탓이다.
일단 현 부지를 전면철거한 후, 일부 전라감영 건축물을 복원하고, 이후 개별 프로젝트 발굴 및 소관부처와의 협상을 통해 해당부지 개발을 연속시켜 갈 국비확보에 “노력하겠다”는 게 지자체와 추진위의 복안이라면 복안인 셈이다.
정리하자면 ‘당장 철거는 가능하지만 향후 복원사업 진행(특히 예산)은 장담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 난감하고 불투명한 상황에서, 전라감영의 역사성과 상징적 가치만을 외치는 일이 시민생활과 도시발전의 맥락에서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현재하는 역사이자 당장 활용 가능한 공간-건축물의 ‘전면철거’만이 우리가 선택할 답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2. 한 장 남은 사진과 선화당의 위치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일제 강점 당시부터 도청사로 활용(1911년 즈음)된 선화당 및 부속건물들은 1921년 선화당 앞면에 2층 신청사가 건립되면서 그 명맥을 다한다. 하지만 전라감영의 마지막 흔적이랄 수 있는 선화당은 1951년까지 존재했다. 무기고 폭발로 전소되고 난 후 1952년 지금의 도청사가 신축된다.
전라감영의 모습은 몇 장의 고지도에서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선화당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현존한다. 다만 선화당의 위치를 찾지 못해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와중에 지난 2011년 국가기록원에 비치된 도청사(1921년 건립 기준) 증개축 관련 도면을 통해 원래의 위치를 확인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그것이 ‘완전복원’이든 ‘부분복원’이든, 한 장의 사진과 위치가 표시된 도면만으로 과연 위풍당당한 호남의 수부였던 전라감영을 드러나게 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또한 동시에 선화당의 위치 때문에, 선화당이 잘 보여야한다는 이유 하나로, 현재의 본관동 건물을 굳이 철거해야 하는가이다.
말하자면 부분복원하겠다는 5~6채의 건물군 중에서 선화당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속건물들은 ‘현대(목조)건축’에 가까운 상상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 더불어 5m 간격이라고는 하지만, 해당 부지의 전면철거 후 선화당을 드러나게 하는 방법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현재의 건물군을 살리면서 선화당이 공존하는 방법은 없는가에 대해 시민사회로부터 좀 더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복원이냐 재현이냐는 차치하더라도, 기왕 만들어져 있는 타지역 감영들을 참조하더라도, 현재 추진위 및 전주시가 계획한 “동편부지는 감영 부분복원, 서편부지는 문화시설로 예정하고 비워둠”이라는 콘셉트로는 인근 주민경제 활성화는 물론 유입인구 확보 및 관광수요 증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3. 역사 중심 상징 가치 vs. 생활 중심 실용 가치
각설하고, 여러 관점과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의 핵심은 '전라감영(지)의 원형성, 역사 가치' 여부보다는 '구도청사(지)의 활용성, 생활사 가치'에 더욱 무게가 실려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취지에서 필자는 이것을 “상징 vs. 실용”의 문제라고 정리해 보았다.
그 곳이 전라감영터(조선 초기~1910년대 초기)였다는 역사적 가치와 명분을 절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100년(1910년대 초기~2005.6) 전북도정의 자리였다는 점도 같은 무게로 기억했으면 한다.
역사학-건축학-도시학 등등의 전문적 견해도 당연히 소중함을 안다. 거기에 ‘문화’와 ‘경제’ 등등의 것들도 나란히 열거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분야 지식과 전망들이 각기 따로 향하는 게 아니라 한 곳으로 응집되어 섞이고 녹여져야 하는, 소위 ‘집단지성’이나 ‘융복합’의 자리에서 검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초점은 ‘도시(생활)’와 ‘사람(주민/시민)이다. '일시적 토건개발의 스펙터클 속도 미학'이 아닌 '활용과 재구축의 로컬리티 인문 미학'을 찾고자 하는 것이야 말로 지극히 '전주'적이고 '슬로우시티'적이지 않겠는가.
어쨌든 “상징 vs. 실용”의 선택 관점에서 질문은 이렇게 압축된다. (이미 허비한 10년 세월은 제외한다.)
1) 향후, 즉 오늘 이후, 약 4~5년의 공사기간을 통해 100억 내외의 예산을 투자하여 해당부지 전체를 “전면철거”한 후, 구도청사 부지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재현된 선화당 및 부속건물 5~6채“를 가질 것인가. ”문화시설“을 짓겠다는 나머지 부지 절반 가량은 현재 예산계획도, 내용계획도 제로인 상태다. (선 전라감영 --> 후 문화시설, 즉 상징가치)
2) 향후, 즉 오늘 이후, 약 6개월~1년의 공사기간을 통해 10억 내외의 예산을 투자하여 현존하는 구도청사의 리노베이션-업사이클링으로(동시에 선화당 및 부속건물 5~6채의 문제도 함께 고민하면서), 즉각적인 인구유입 및 관광수익효과를 거두면서 다음 시대를 위한 신규 도시문화 콘텐츠를 생산할 것인가. 전주역사-생활사박물관/미술관/민박형레지던스/예술레지던스/근대역사체험관/선자청대학/파사드카페/시민공유문화청/......등등등. 당장 돈 되고 문화 되는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선 문화시설 --> 후 전라감영, 즉 실용가치)
주민-시민에게 묻고 싶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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