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의 아름다운 맛
해남의 맛은 귀하다.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귀하고 비싸다.
해남의 아름다운 맛이 다소 비싼 것은 그 때문이다.
해남의 아름다운 맛은 이름난 요리사의 손맛 때문이 아니다.
해남의 기름진 땅, 따스한 계절, 강한 바닷바람과 강렬한 햇빛,
부지런하고 가끔은 게으른 해남 농부가 키운 손맛이다.
해남 농부의 밭에서 막 튀어나온 땅 맛, 해남 앞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바다의 맛,
60년 이상 주조장 지붕 아래 춤추는 효모의 맛이다.
해남 땅이 키운 쌀은 단맛과 짠맛, 포근한 맛이 있다.
김이 모락 피어오르는 밥을 보는 순간 입에 침이 고인다. 기억에 각인된 해남 쌀 맛이다.
삼삼하고 개미가 있는 맛은 해남 땅과 바다 그리고 여느 주방에서 나온다.
해남 어느 식당 어떤 주방에도 도시의 빨간 맛과 인공 단맛은 필요하지 않다. 멋진 쉐프의 우아한 설명도 없다.
다만 바람과 계절의 맛이다.
그래서 해남의 아름다운 맛은 비싸다.
오직 해남에서 제철에만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 34인이 해남의 아름다운 맛을 그림으로 구현하려 했다.
해남의 거친 바람이 키운 파,
60년 이상 자라고 있는 양조장 공기 중의 효모가 만든 막걸리,
해남 바다가 키운 봄 숭어 가을 삼치 그리고 주인공인 척도 하지 않는 해남 쌀, 무소불위의 해남 배추와 고구마,
두륜산이 키운 버섯이 아름다운 해남 맛의 실체라는 것을 이미 눈치채 버렸다. 예술가의 감각은 늘 솔직하다.
그래서 해남의 맛은 귀하다.
2024. 10. 25. 행촌미술관장 이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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