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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발걸음은 순간순간 장소를 바꿔줍니다.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는 것 같지만 미세한 풍경의 움직임에 따라 인간의 시선을 진화시킵니다. 이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바닥을 기어 다니다가 두 다리로 우뚝 서는 일과 같습니다. 그 경이의 순간 지구는 스스로 놀라자빠집니다. 단순히 아이가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서가 아닙니다. 걸음을 걸으며 자신만의 무늬를 만들 줄 아는 힘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걸음은 내가 나를 낳는 현재로 둔갑합니다. 모든 걸음은 자취를 남기고, 결국 과거와 현재, 안과 밖을 하나로 잇는 뫼비우스의 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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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화는 인간의 걸음과 걸음이 하나로 새겨진 예술입니다. 조각도와 손이 무늬를 새기는 것 같지만, 사실은 손의 움직임에 따라 걸음이 마음마음 따라가지 않으면 절대 새겨지지 않는 예술과도 같습니다. 손과 발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고, 무아지경 한 곳으로 영원히 흘러갈 때 그 끝은 다시 시작됩니다. 그런 마음과 뜻을 담아 글마음조각가의 한 뼘 미술관 '월간 그리움' 2022년 2월 열여섯 번째 그리움은 유대수 작가님의 목판화 '몽유남천'을 전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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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남천. 작년 유대수 선생님의 전시 기록에 따르면, 몽유남천은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모습을 3일 만에 그려냈다는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차용된 화제라고 합니다. 작가가 직접 마주한 전주 남천 일대의 풍경과 사람들, 예술 정신과 삶의 현실성에 대한 사색을 연결 짓는 자아 성찰의 과정을 담았다고도 하고요. 이쯤 해서 작가의 말을 빌리면, 이 작품에 스민 의미가 좀 더 선명해집니다. "남천을 바라보는 남쪽 창이 넓은 곳에 자리잡은지 꽤 되었다. 여전히 꿈이 일상을 앞서고 도착지도 귀향지도 없는 걸음만 허공에 떠 있다. 삶이 멀다."(유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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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양력 2월 1일, 음력으로는 1월 1일, 정월 초하루, 설날입니다. 나이를 한 살 더 한다 해서 '살'이라 부르기도 하고, 새해 첫 달의 첫날이라 해서 '낯설음'의 의미도 함의합니다. 나이를 먹고, 세상을 낯설게 보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소중한 메시지를 건네줍니다. 2월 중 어떤 하루, 첫걸음마를 뗀 아이가 길을 가듯 글마음조각가의 한 뼘 미술관 월간 그리움에 마음 열어 보세요. 유대수 작가님의 목판화와 문신 시인의 시가사, 그리고 인문밴드레이의 이상욱 님과 소리꾼 양혜원 님의 아름다운 음악과 소리가 몽유남천의 한 풍경을 이루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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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쌓여 있네요. 모두 운전 조심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며, 따뜻한 명절 연휴 보내시길 빕니다. 당신의 삶이 곧 예술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남천이 훤히 보이는 곳에 작은 창 하나 내놓고 바라보면, 모두가 내 풍경이 됩니다. 길이 없어도 마냥 걷다 보면 길이 되고, 사소한 몸짓 하나까지도 조각도가 되어 서로의 기억을 되새겨줍니다. 꿈과 일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도착한 그곳에서 잠깐 눈을 감으면 그곳이 바로 거처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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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열여섯 번째 그리움인 유대수 작가님의 '몽유남천'이 글마음조각가의 한 뼘 미술관 월간 그리움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가끔 혼자서 그림을 들여보고, 또 시를 기다리고, 또 음악을 기다리다 보면,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음각과 양각 사이의 눈이 맑아지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를 향해 떠나온 사람들이 어느 지점에서 만나 해후할까요. 그 만남이 노래가 되어 반가운 소식과 풍경이 될 때까지, 몽유남천에 붙여온 문신 시인의 시가사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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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남천 -당신이 잃어버린 시처럼 / 문신
촉수 낮은 눈길들, 깜빡이며 집으로 돌아가는 영혼들
멀리서 보면 창밖은 비밀투성이
기다림은 밤의 심장 따라 흐려지고,
주머니에서 부풀어 오르는 조그마한 저녁들
붉은 신호등 앞에 무릎 꿇은 사람들, 어깨마다 기도하는 별빛들,
오직 한 사람, 당신을 향해 스미는 흰, 하얀 꿈들
이 모든 어둡고 쓸쓸한 남천의 우화들
슬픔을 앓기에는 당신의 눈이 맑아,
너무 밝아, 눈을 감아도 환하지
별과 별빛의 시차에서 당신은 태어나고 웃고 눈감고
산다는 건 밤하늘 별빛처럼 까마득해지는 것
당신의 꿈속으로, 무거운 걸음으로,
남천의 눈꺼풀에 얹히는 슬픔의 별빛은
지난 계절에 배웠던 당신의 눈물이 아닐까?
당신이 잃어버린 시처럼, 삶처럼…… 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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